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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무덤 꿈이었나 보다 대출 창구의 직원은 필요 이상의 말을 하지 않는다 서명하라는 곳을 형광펜으로 일일이 알려준 뒤 글자의 마침을 기다린다 초교생 받아쓰기처럼 공손히 적는다 모든 마침은 끝났고 은행 문을 나오며 돌리는 안위의 한숨. 망원동 지나는 버스를 타고 오는데 앞자리에 않은 노인과 손녀딸이 도란도란. 예전에 여기가…그러니까 묘지가 많은 곳이었지. 어휴 무서워. 무섭지? 귀신도 있어요? 그럼 있고말고. 그런데 제 스스로 무덤을 파고 들어가는 사람이 더 미련한 법이란다. 노인이 말하는 단어를 떠올리는데 창밖으로 엮인 풀의 고리를 끊어내는 내가 있었다. 날짜를 몇 번씩 알려주는 직원의 목소리도 들렸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줄을 대며 돈을 빌려 갔는지 모른다고 했다. 이제 시작이구나 이자가 불어나 사람 잡는 무덤. 한고비를 넘기긴 했으나 또다시 불어닥칠 한파. Vip 고객도 날짜를 못 지키면 제 무덤이 판 사람이 되는 거겠지. 나는 관 안에서 못 박는 소리를 들으며 한 번 더 옷깃을 여며보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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