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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의 망각
노숙의 망각 시.연세영 두툼한 박스 골판지 한장 신문지 다섯 장이면 충분하다 서울역 후문이나 역무원 감시가 덜한 군자역이 적당하다 온기 있는 곳은 명동역이다 머리는 역사 화장실에서 감고 핸드드라이기로 말리면 된다 화장지는 역사 화장실 청소원 눈만 피하면 원없이 쓸 수 있다 화장실은 반드시 출근길과 오후 2시부터 5시 정도 이용해야 덜 복잡하다 조금 추울 때는 포장마차 파할 적에 버리고간 소주 반 병 인근 햄버거 가게 쓰레기통을 뒤지면 이빨자국난 빵과 김빠진 콜라를 넉넉하게 먹을 수 있다 생각보다 햄버거는 맛있다 밥은 동묘 근처에 줄을 서면 되고 옷가지는 의류수거함에 낚시바늘을 넣어 뒤지면 여름옷이든 겨울옷이든 원없이 입는다 노숙 경력자들의 서열을 잘 보며 후미진 곳을 정하면 뭐라하지 않는다 수건과 비누,치약과 칫솔은 이른 아침 모텔에 잠입하면 간편하게 입수할 수 있다. 모기와 벌레, 들쥐는 이유불문하고 친해지기 모래와 흙을 딱풀에 섞어 피부에 바르면 모기는 접근하지 못한다 절대로 버려진 이불은 덮지 말것 이와 벼륙의 소굴이니까. 벌레를 퇴치하는 신문지가 최고의 이불이다 돈이 없을 때는 열심히 박스와 빈병을 모으면 하루 용돈은 너끈히 번다 구걸은 무료 급식줄이 끊겼을 때만. 그러니까 이 모든 열거는 몰라도 되나니 노숙을 말고 일을 하라 그러니까 가장들이여 가능하면 이런 룰을 접고 택배든 막노동이든 일을 하자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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