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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드림 4집 <꿈꾸는 나무> 음반평
피아노, 꿈꾸는 자의 편지지 데이드림 4집 <꿈꾸는 나무>음반평 데이드림의 새 앨범에 실릴 음악들을 님들보다 조금 먼저 들으며, 문득 세상과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무얼 하고 이담에 후회 없이 죽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다른 사람의 행복을 소리 없이 간절히 간구할 때, 불안과 질투라는 어둠이 없는 파란 하늘같은 행복이 도둑처럼 찾아옵니다.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머리에서 마음 사이라고,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는 '아직'에서 '이미' 사이라고 합니다. 안다고 해서 신념이 되는 것은 아니듯 나의 가장 소중한 무언가를 영혼의 바다에 내어놓는 그러한 용기를 가지게 하소서, 라고 빌어보겠습니다. 세상이 고통의 해로부터 진리의 달 속으로 흘러갈 때 그 길을 여는 모래 한 알갱이가 될 수 있다면, 이라고 소망해봅니다. 공연히 심연의 상처를 건드리지 않고 몇 발자국 너머에서 말없이 건반을 두드리며 가을과 나무의 꿈을 묵상하는 데이드림의 피아노 소리에 힘입어 말이지요. 아마도, 이 앨범 부클릿을 열어 깨알 같은 글씨의 라이너 노트를 읽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 이에게는 사실상 음악가 ‘데이드림’이 누구인지 설명할 필요가 없을 거라 예측해봅니다. 특히 그의 본명이 연세영이라든가, 전직이 기자라든가, <겨울연가> 등과 관련한 일본 내 활동 같은 것 말이지요. 중요한 것은 그가 갈고 닦아 세상에 내놓는 이 음원들이 청자와 주고받을 공명의 가치이니까요. 네 번째 피아노 솔로 앨범을 발표하는 데이드림은 미술가 겸 음악가라는 포지션에 어울리는 회화적인 피아노곡들을 한결같이 발표해왔습니다.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피아노를 연주하며 사는 이. 그리고 그 음악을 들어줄 이가 있는 아티스트는 행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래된 이름으로부터 오랜만에 날아온 그림엽서같이 반갑고 편안한 멜로디를 만들고 발표하는 데이드림의 새 앨범 <꿈꾸는 나무>는 즉흥적 영감을 가장 사적이고 고요한 공명 속에서 피아노의 울림에 담고 있는 친절하고 따뜻한 앨범입니다. 너무 병적으로 외롭거나 타인의 시기를 자극할 만큼의 행복도 아닐 것입니다. 고독의 정경들과 세상의 소요가 지나간 자리를 묵묵히 돌보는 어느 이름 없는 청소부의 마음. 그리고 세상의 비정함에 지친 이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우리들 모두의 유년시절 어디엔가 흑백사진처럼 박혀 있는 때묻지 않고 해맑은 숨결과 다시 만나도록 크레용으로 약도를 그려줍니다. 순수하고 맑은 피아노 음악들은 대자연 속 자유롭고 소중한 존재인 우리를 마음의 고향인 대지의 한가운데로 데려다주는 바람, 빛, 수분과도 같은 꿈의 입자입니다. 2001년 1집 수록곡들 각각 안에 깃들어 있는 그림과 이야기는 듣는 이의 마음의 창에 풍경처럼 새겨질 것이겠죠. 그리고 그 마디마다 주어질 여백은 당신이 채워야 할 편지지이겠죠. 꿈꾸는 당신의 이야기. ‘꿈꾸는 나무’(트랙 2) / ‘참 좋은 인생’(트랙 5) / ‘가을이 떠난 자리’(트랙6) / ‘그리운 너를 보낸 오후(트랙 7) / ’평화의 숲으로 가자(트랙 9) / ‘Prayer’(트랙 10) / ‘당신에게 희망을’(트랙 11) / ‘프로방스의 아침 풍경’(트랙 12) / ‘잔다르크의 샛별’(트랙 14). 길게 이어붙이니 작은 수필집처럼 나무책상 위에 향 깊은 커피 한 잔과 나란히 놓고 싶어지는 저의 추천 트랙들입니다. 그런데 추천트랙 치고는 너무 많네요. 그 나무책상 놓인 창가에서 어느 가을날 당신과 함께 꿈을, 음악들을 이야기하게 되기를. 2008. 가을 강민석 / 음악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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