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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니스트 데이드림이 연주하는 ‘Donde voy’를 듣고서 =
= 피아니스트 데이드림이 연주하는 ‘Donde voy’를 듣고서 = “새벽녘 날이 밝아오면 나는 달리고 있죠, 태양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하늘 아래서, 태양이여, 내 모습이 드러나지 않게 해다오, ‘이민국’에 내 모습이 드러나지 않도록... 어디로 가야 할까요. 어디로 가야 할까요. 희망을 찾는 것이 내 바램이에요. 난 혼자가 되었어요, 혼자가 되었어요. 사막을 떠도는 도망자처럼 가고 있어요.” 잔잔한 호수의 물결같이 조용한 도입의 선율에 귀가 먼저 솔깃해지고, 곧 이어지는 점진적인 크레셴도(crescendo)의 상승음정에 우리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러면 하던 일을 멈추고 건반의 탄주를 더 자세히 듣고자 우리는 부동의 자세를 취하게 되고, 이미 상승음정에 의해 고양된 정서가 감동의 원심력에 이끌린 채 분산화음을 타고서 우리의 머리 바깥쪽으로 산화(散華)되기 시작한다. 이미 감동으로 쭈뼛해진 머리의 뒷부분에서 공명되는 아름다운 음정들의 조합이 검은 피아노의 아파시오나토(appassionato)로 태양을 향한 이카로스(Icaros)의 날갯짓을 하면, 갑자기 가슴이 미어지는 듯한 알 수 없는 격정에 우리의 눈에 이슬이 맺히려는 것은 도대체 어떤 음률의 요정이 우리를 이렇듯 홀리는 것이란 말인가? 잊혀진 중세의 라멘토(Lamento)이런가! 장중한 하강음정 속에 비쳐진 애통함의 편린들이 검은 색 건반의 반음계 위해서 감정의 프리즘을 만들어내면, 공간의 격리를 한탄하는 고독한 영혼에 대한 연민의 정이 가슴 속에 넘쳐흘러 눈에 와 고여 드네. 가창이 표현할 수 없었던 정서의 내적인 폭발이 연주자의 절제된 포르티시모(fortissimo) 속으로 붕괴해가고, 감동으로 확장된 심장의 혈관이 탄주자의 손가락 끝에서 춤추는 '당김음'의 장식선율 위에서 파열되고야 마는구나! 아아!, 피아니스트는 진정한 서정(抒情 : 정서의 끌어올림)을 알고 있는 듯, 듣는 이의 청각을 가냘픈 트레몰로(tremolo)의 홍수 속으로 이끌어 가네! 쇼팽의 ‘녹턴(Nocturne)’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또한 브람스의 ‘바카롤(Barcarolle)’에서도 알지 못했던, 이 정서의 은밀한 끓어오름은 도대체 어디서 연유하는 것이란 말인가? 피아노의 피아니시모(pianissimo)로도 잠재울 수 없는 이 격정의 라 폴리아(La folia)를 어떻게 하란 말인가? 그것은 대륙의 광야를 달리는 도망자의 눈 먼 의지를 표현하는 끈질긴 오스티나토(ostinato)이자, 희망이라는 목적지를 상징하는 끝없는 콘티누오(continuo)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이윽고 감정의 대단원으로 향하는 음률의 여정(旅程)이 화려한 장식음으로 수놓아지고, 장려(壯麗)한 종결을 맞이하는 피날레가 이민자의 알레그리아(alegria)와 트리스테사(tristeza)를 함께 엮어 만든 월계관을 준비하는구나! 머리 풀어 통곡하는 마지막 감정의 분출을 보류한 채, 선율의 진행이 그 최후의 고삐를 템포의 디미누엔도(diminuendo)로써 달래고, 터질 것 같은 감동의 알티씨모(altissimo)가 충혈 된 눈물샘을 자극하면, 분마(奔馬)의 달음질을 지금껏 따라 온 악음(樂音)의 여행은 마침내 돌이킬 수 없는 음향의 죽음을 맞이하도다! “(...) 죽어가는 귓전에서 지저귀는 새소리처럼 한스럽고 아름다운, 오오, 다시 못 올 나날들은 그렇게도 신선하고 이상한 것을! (...)” <2008年 12月 6日, 於 雉岳山寺, 朴昌豪 吟>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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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드림
2008-12-17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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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생님 다녀가셨군요^^ 제가 아는 분이 계시는데 선생님 평을 보고 극찬을 아끼지 않으시네요. 너무 감사드리고 꼭 뵙도록 하겠습니다. 선생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고맙습니다 음반평에 대한 ..댓글. 이 보다 화려하고.... 이 보다 날카롭고 섬세하며.... 연주음악을 이 보다 명징한 아름다움으로 표현한 글이 또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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