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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돌
머릿돌 시.연세영 어머니가 어찌어찌 얻어오신 외상 쌀 반되 6남매는 이 쌀을 어느 코에 붙일까 갸우뚱댔지만 모친은 의연하셨다 반줌은 나물을 섞어 밥을 하고 나머지 반줌으로 죽을 끓이셨다 죽은 펄떡거리며 우리의 위를 자극했다 군침을 넘기는 순간에도 숟가락을 들고 굶은 호랑이처럼 달려들 기세에도 어머니는 태연하셨다 흰죽은 마술처럼 한솥이 되었고 나물밥은 넘치도록 풍성해졌다 어머니는 공평하게 죽 위에 밥을 고명처럼 올린 뒤 천천히 먹어라 하셨다 몇십 년이 지나도 잊을 수 없는 흰죽 위의 밥 어머니는 그때 부처의 지혜를 배우고 계셨으리라 내가 이 자식새끼들을 살려내냐, 안살려내냐 똑똑히 봐라 하시는 것 같았다 저승사자가 와도 굶어 죽을 수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처연하도록 서러운 당신의 부엌에서 머릿돌을 얹고 계셨으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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