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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뉴스메이커(지난 2003년 기사)
 뉴스메이커|기사입력 2003-12-31 08:41 |최종수정2003-12-31 08:41 연세영 개인전, 시적 발상으로 음악과 미술의 만남 "음악과 미술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2003년 12월 23일 서울 남대문로에 있는 알파 갤러리에서 열린 '연세영전-멜로디와 나무의 만남'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한 전시회다. 전시된 20여 편의 작품이 한결같이 전시된 제목이 없다. 제목으로 작가의 의도를 파악해왔던 관객이라면 난감해진다. 하지만 공통점은 있다. 모든 작품이 음표와 관련돼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 음표를 통해 작품의 해석을 관객의 몫으로 넘겼다. 작가 연세영씨(38). 그는 중-고등학교를 예술학교에 다녔다. 대학에서도 회화를 전공했다. 전통미술대전 등 합동전시회 출품 경력도 상당수다. 그가 음표를 작품의 소재로 선택한 이유가 있다. 그는 음악가이기도 하다. KBS 가요축 제에 은상을 받고 MBC 신인가요제에서는 장려상을 수상한 가수다. 1998년에는 피아노 독주 앨범 등 4개의 앨범을 내기도 한 작곡가이자 연주가이다. 드라마 〈겨울연가〉 〈순수의 시대〉, 영화 〈오버더 레인보우〉 등의 테마 음악도 그가 작곡했다. 음표가 작품의 소재가 된 것은 이같은 그의 이력에 기인한다.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에는 음표가 춤을 추고 음표가 한데 몰려들기도 한다. 쉼표가 인간이 살면서 넘어야 할 수많은 계단을 연출한다. 관객의 삶이 여정에 따라 다른 느낌을 갖게 한 음표의 표현은 인간의 원초성을 드러낸 것이다. 연씨의 음표 해석을 들으면 그의 이런 의도가 더욱 확실해진다. "음표는 뼈입니다. 뼈에 살이 붙고 피가 흐르면 하나의 생명체가 되죠. 결국 음표는 생명체가 됩니다." 연씨는 그 생명, 즉 음표의 움직임에서 인간의 원초적 내면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전시된 작품의 창작 방법만 해도 그렇다. 그는 삶과 죽음을 작품에 삽입했다. "옛날에는 관을 덮는 나무에 귀신을 물리치는 얼굴상이나 저승 가서 잘 먹고 살라는 뜻으로 그릇 등을 그려 넣었어요." 연씨는 이에 착안해 조각나무 표면을 섬세하게 깎은 후 그 안에다 석고를 부었다. 석고가 응고됐을 때 그 위에 채색을 곁들였다. 연씨는 "채색의 화려함 속에서 삶과 죽음이라는 원초적 문제에 부닥칠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작품에는 또다른 특징이 있다. 시적인 발상이 그것이다. 음표를 꼬아 인간의 성적 본능을 표현하기도 하고 일상에서 사용하는 옷핀을 구부려 생활 속의 음악을 표현하기도 한다. 남들이 그냥 지나쳐버리는 소재에서 음표라는 생명체를 만들고 그 생명체를 통해 인간의 원초적인 내면, 원시적인 음악을 들여다보고 듣게 하는 식이다. 시가 일상적 소재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인식 과정의 하나라면 그의 작품에도 이같은 시적 흐름 방식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시인이기도 하다. 그는 7권의 시집을 낸 시력(詩歷)을 지니고 있다. 자연히 삶에서 시적인 감흥이 나오고 그 감흥이 미술과 음악에 삽입된다. 이번 전시회에도 장고나 북을 칠 때 쓰는 우리 고유 음표에 상상력을 동원해 새로운 음양의 조화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미술가-음악가-시인인 연씨의 이번 전시회는 12월 31일까지 열린다. 황인원 기자 hiw@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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