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어설픈 침묵이
내 어설픈 침묵이 독약이나 명약이 될 수 있다 보는가 -연세영 모든 악의 도륙이 그러하듯 여리고 나약하고 온건한 건 버티기 힘들지 도륙하는 손에 대항할 것은 살육과 야만뿐 그렇게 야만으로 대적해야 하지 그렇게 야만의 시대에선 명성과 이름만으로 무마하기엔 너무도 힘든 산이 기다리고 있지 고통속에도 안식이 있듯 새해의 잔설처럼 덜익은 희망이라도 통성명을 해야하지 아니면 입을 막고 비명을 지르던가 살육을 멎게하는 건 그렇게 하얗게 녹아가는 것 잔인하게 죽어주는 것 아름답다거나 고혹하다거나 탄복하지 말아야 할 일 온세계의 정의가 굴러가려면 불구의 생명이라도 끝내 버텨가야만 해 정의와 성실의 이유를 묻지 않아야 하며 주의와 이념과 사상에 대해 토를 달지 말아야해 이 지상에서는 예외적인 역할이 필요할 뿐이야 선과 악이 아닌 선과 악 근사치에 가까운 그 어떤 신념들 봄이 온다해도 시샘추위는 지나가야 하며 한여름이 오기 전엔 진한 몸살을 앓아야 하듯 마지막 겨울과 마지막 봄에 대해 최소한 겁없는 인사는 해야해 나태와 방종을 섞어 그윽하게 이별해야해 세계가 고통인 것은 행복의 결핍 때문이 아닌 고통에 대한 오랜 오해 때문이지 모든 것들은 존재하는 것으로 시작되듯 우리가 갖는 고통 또한 피해갈 수 없는 근원적 삶이란 거지 도대체 우리는 어디에서 썩어간다는거지? 반만 썩어가는 살들이 있기나 한 것인지. 비틀거림과 헤어나올 수 없는 음습함 그 어떤 갓볶은 판단이라도 손쉬운 결정은 그 어느 곳에도 없단 것이지 그냥 산 채로 죽던지 아니면 죽음 속에서도 꽃을 피우는 객사한 날짐승의 살점이 돼야 한다는 것이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