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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랑 개관 37주년 기념전
통의동에 부는 새 바람 안정과 혁신_진화랑 개관 37주년 기념 [한일 현대미술의 거장전]에 부쳐.1972년, 준 계엄령 시절이었던 당시 문을 연 진화랑이 어느덧 개관 37주년을 맞이하였다. 그동안 진화랑은 국내전 235회, 국제전 64회 등 약 300회에 이르는 전시를 개최하였다. 이러한 진화랑의 업적은 척박한 당시 화랑계의 사정을 감안할 때 실로 획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화랑협회의 연혁에 의하면 1976년 12월 27일에 서울시내의 12개 화랑대표들이 모여 창립총회를 열었다고 기록돼 있는데, 이러한 당시 실정을 감안할 때 1972년 진화랑의 설립은 가히 선구적인 것이 아닐 수 없다. 설립자의 회고에 의하면 준 계엄령 치하였던 이 무렵의 국내 정치적 상황은 매우 혹독한 것이어서 일체의 집회가 불허되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런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영부인인 고(故) 육영수 여사는 “만고에 빛나는 미의 전당이 되시길 빈다.”는 축하 메시지를 보내와 힘을 북돋아주기도 하였다. 이처럼 살얼음판 같았던 정치적 상황 속에서 1972년 사간동에서 최초로 문을 연 진화랑은 5년 뒤인 1977년에 통의동의 현 위치로 이전하였으며, 1991년에는 진아트센터를 설립, 사세를 확장하였다. 진화랑의 가장 괄목할 만한 업적으로는 무엇보다 ‘한국 미술의 국제화’를 꼽을 수 있다. 1984년 국내 화랑으로서는 최초로 시도한 FIAC의 참가를 필두로 Art LA, NICAF Yokohama, NICAF Tokyo, Tokyo Art Expo, ACAF 6, Melbourne Art Fair, 상하이 아트페어, 뉴욕 아트 엑스포 등에 꾸준히 참가, 오늘에 이르고 있다. 특히 진화랑은 일찍부터 한일 현대미술의 교류에 주력하여 유명작가들의 작품세계를 국내외에 소개해 왔는데. 이번에 ‘개관기념 37주년’으로 마련한 <한일 현대미술의 거장전>는 이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정창섭, 하종현, 김태호, 야요이 쿠사마, 이강소, 이우환, 백남준, 노다 히로지, 타츠노 토에코, 유희영(이상 카탈로그 배열 순)의 작품들로 꾸며진 이번 개관기념전은 무엇보다 진화랑과 그동안 인연을 맺었던 한일 양국의 추상미술계의 중진내지는 원로작가들의 재조명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Ⅱ. 진화랑의 국제 화랑미술제의 참가는 선구적인 것이기도 하거니와 그 다양성의 측면에서도 괄목한 것이어서 이 자리에서 잠시 소개할 필요가 있다. 진화랑은 1984년에 개최한 FIAC에서 남관, 유경채, 박서보, 김기린, 이우환, 이종혁, 이융세, 오세열, 황주리의 작품을 소개하였으며, FIAC '96에는 차우희, 김이산, 하동철, 정관모를, Art LA에는 배륭, 형진식, 황주리, 김봉태, 이우환, 이융세, 남관, 오세열, 백남준, 박서보, 이두식, 서세옥, 송재광(이상 1987년 Art LA), 차우희, 황하진, 한우식, 김순자, 이명미, 남관, 오세열, 백연희, 송재광, 서세옥, 윤미란(이상 1988년 Art LA) 등을 소개한 바 있다. 그 뒤 90년대 들어서부터는 Tokyo Art Expo를 비롯하여 NICAF Yokohama, NICAF Yokohama, SIAF, NICAF Tokyo, ACAF 6, Melbourne Art Fair 2000, 상하이 아트페어, 뉴욕 아트페어 등에 참가, 남관, 차우희, 황주리, 김진석, 이융세, 추경, 이명미, 문범, 오순자, Faustino Aizkorbe, 최재은, 정창섭, 하종현, 신상호, 박서보, 서승원, 하동철, 이석주, 이정지, 정관모, 박유아, 황하진, 송수남, 박애정, 배융, 한지선, 김이산, 쿠사마 야요이, 이우환, 유대균, 서세옥, 연세영, 무라야마 다카노부 등 한국과 일본의 원로에서 중견에 이르는 폭넓은 작가들을 소개한 바 있다. 이상 열거한 작가들의 면모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처럼 한일 현대미술계에 이름이 알려진 작가들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진화랑과 진아트센터의 든든한 자산이 아닐 수 없다. Ⅲ. 이번에 개관 37주년을 맞이하여 진화랑이 기획한 <한일 현대미술의 거장전>은 자타가 인정하는 한일 양국의 정상급 작가들을 선정, 그 질에 있어서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정창섭, 하종현, 김태호, 이강소, 이우환, 유희영 등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단색화 계열의 작가들과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로 평가되는 백남준, 일본 전위예술의 대가인 야요이 쿠사마를 비롯한 두 사람의 일본 추상화 작가, 즉 노다 히로시와 타츠노 토에코 등등의 작가 구성에서 확인된다. 즉, 작품의 질이나 지명도를 놓고 볼 때 한일 양국의 현대미술을 살펴보는데 있어서 손색이 없는 정선된 전시인 것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정창섭, 하종현, 이강소, 이우환으로 대표되는 한국 단색화의 미감적 특질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동시에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와 김태호, 유희영의 작품이 지닌 정련된 순수 추상의 세계, 그리고 일찍이 전위예술에 주력하여 오늘날 일본의 대표적인 세계 정상급 작가로 인정받고 있는 야요이 쿠사마를 비롯, 독자적인 추상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노다 히로시와 타츠노 토에코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Ⅳ. 진화랑의 지난 37년에 걸친 역사를 살펴보면 그 어느 분야든 역사라는 것이 그냥 이루어지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유난히 부침과 굴곡이 심했던 한국 화랑의 역사에서 선구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진화랑의 존재는 무려 300여회에 이르는 전시의 횟수에 못지않게 그동안 이 화랑과 인연을 맺거나 거쳐 간 실로 방대한 작가의 숫자에서 그 위상이 확인된다. 한일 양국의 미술교류에 주력하는 동시에 세계 판화의 국내 소개 및 보급에 도 앞장을 서 온 진화랑과 진아트센터는 최근에는 한국과 일본의 신세대 미술에도 눈을 돌려 나날이 변모하는 미술계의 동향에 적극 부응하는 진취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진화랑에 불고 있는 이러한 새 바람이 장차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역사적인 개관 40주년을 앞두고 더욱 기대가 된다. [미술평론가, 호남대 교수 윤진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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